개발자, 만 3년을 앞둔 시점에서의 회고를 한다.
이직 후 두 달여의 시간이 흘렀고, 곧 만 3년을 가득 채운 개발자가 된다.
2019년 12월. 24살에 첫 직장을 가졌으니 이제 곧 만 3년이다.
글솜씨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내 생각을 유려하게 표현하는 것도 어렵지만
4년차 개발자로서의 시작이 딱 한발자국 남은 이 즈음에서 한 번은 기록을 남겨두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겁도 많고, 걱정도 많고, 생각도 많은 나는..
내가 개발자로서 잘 하고 있는가? 개발자가 정말 나의 길인가? 아니면 나는 개발자로서의 삶에 만족하는가.. 등등 답을 내리기 어려운 질문들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최소 500번 이상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 시점에서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모두 YES 이다. (사실 그냥 YES 라고 하고 싶다.. )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그로 인해 조금 더 어른이 된 것 같다.
2019년 12월.
아직 대학교 4학년 재학중이었고,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에 지원하며 꽤 많은 코딩테스트와 면접에서 보기좋게 떨어졌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나는.. 참 많이 부족했고, 꿈은 컸다.
대기업 면접에서 몇 번 떨어졌더니 마음이 급해졌고, 졸업을 코 앞에 두고 어디든 취업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가득 헤집었다.
그렇게 나의 첫번째 회사는 스타트업이 되었다.
사실 그 땐 스타트업이 어떤건지도 잘 모르고 입사했다.
딱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타이틀이 어울렸다. 아는게 없으니 걱정도 없었다.
대학교에서 나를 많이 아껴주시던 교수님이 계셨는데, 교수님께서도 걱정을 많이 하셨다.
입사하는 순간 나의 커리어가 시작되다보니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주시며....
결과적으로 교수님께서 우려하셨던 부분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으나, 나는 당장의 불안감을 해소해야했다.
졸업하기 전에 취업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딱 하나였다. 졸업 후 공백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불안감.
그렇게 나의 첫 번째 커리어가 시작이 되었다.
일산에서 성수까지 매일 약 3시간의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했다.
(아!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던 시기도 일부 있었다.)
첫 번째 회사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또 어떤 부분에서는 실망하기도 했다.
API 서비스와 B2B 웹서비스를 하는 회사였다.
개발자로서 너무나 부족했던.. 정말 개발에 ㄱ도 몰랐던 나에게 기회를 줬던 회사였기 때문에 참 고맙기도하다.
나의 첫 서비스였고, 실제 운영중인 서비스 개발을 처음하는 나에게.. 나의 사수, 나의 동료들은 그저 빛처럼 보였다.
그 분들이 사용하는 리눅스 명령어 하나 조차도 멋져 보였던 나는 수도 없이 메모하고 따라하기 급급했다.
위에 말한 것처럼 나는 걱정이 많다. 생각도 많고, 쉽게 불안감에 휩싸인다.
늘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또 내가 부족해서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한 마디로 나의 결정에 대한 확신, 나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다.
틀리는 것이 무서웠다. 누군가 나를 멍청이라고 손가락질 할까봐. 늘 마음 편히 질문하지 못했다.
내가 보는 것을 확신하지 못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것이 있을 것만 같았다. 늘 걱정했고, 불안했다.
아마 그 내면에는 완벽하게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나 강했기 때문이겠지.
그렇게 그렇게 걱정과 불안 속에서 조금은 나은 내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의 보잘것 없었던 질문에 응해주셨던 몇몇 동료분들께는 정말 감사하다. 나의 성장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쳤던 분들이다.
어쨌든..
첫 번째 회사는 이제 시작하는, 성장해야만 하는 회사였고, 늘 일이 바빴다.
야근도 꽤 많이 했고 (마지막 한 해는 거의 안했지만..), 회사에서도 늘 바빴다.
업무 하나를 끝내면 늘 다음 업무가 나를 맞이해주었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분들과 같이 일하는게 즐거워서 야근 한 적도 있었다. 동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준 시점이다.)
업무가 바쁘다보니 코드리뷰나 제대로된 테스트코드 등 작성할 시간이 부족했고,
그렇다보니 서비스에 이슈가 발생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사실 핑계라면 핑계여서 할 말은 없다. 근데 정말 바빴다. 정말이다.)
또한 스타트업이다보니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못해 AWS 클라우드를 사용하지 못했는데,
클라우드로 인한 이슈도 꽤 많이 발생했었다. 정말 화가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시 생각해도 화가난다.
클라우드에서 이슈가 발생해서 서비스가 멈추다니..
아! 그리고 회사 자체에서 서버를 운영하기도 했다.
실제로 데스크탑을 가지고 회사에 서버실을 꾸려서, HQ 서버를 운영하기도 했다.
리눅스 설치부터 시작해서 싹 다 직접 운영했다.
그렇게 개발하고, 이슈 대응하고, 또 개발하고, 또 이슈 대응하고.. 그렇게 그렇게 나의 2년 9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만 2년이 지났을 때는 거의 루틴처럼 업무를 진행했던 것 같다.
일하는 순서는 거의 고착화되었고, 반복되는 업무들이 꽤 자주 있었다.
사실 너무 빠른 시점에 이런 감정들이 찾아온 것 같이 보일 수 있으나..
그 때 당시 나의 감정은 이것 외에도 상당히 복잡했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직을 준비하다.
사실 이직 생각은 꽤 오래 전부터 했던 것 같다.
대기업에 가고싶었다. 이유는 없다. 나는 개발자로서 엄청난 꿈을 가지고 시작한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단순했다. 대기업이니까. 그 뿐이었다.
그치만 다들 알다시피 중소기업의 꽃. 내일채움공제.
내일채움공제는 2년동안 중소기업에서 일하면서 소액의 금액을 적금하면 국가와 회사에서 일정 금액을 추가로 지급해준다.
(한달에 내가 적금한 금액이 12만원인가..? 내가 가입할 땐 그랬다.)
만료 후 수령하는 금액이 꽤 컸고, 그로 인해 나는 2년동안은 회사에 잘 다녔다.
그리고 내일채움공제가 끝날 즈음부터 제대로된 이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더 큰 회사에 가고 싶었다. 좀 더 사용자와 가까운 서비스를 해보고 싶었고, 더 배우고 싶었다.
사실 첫 번째 회사는 시니어급이 거의 없다시피했기 때문에, 시니어의 부재를 느낄 때가 꽤 있었다.
니가 공부해서 하면 되지 꼭 시니어가 있어야해? 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만..
경험치가 부족하다보니 내 생각엔 늘 한계가 있었다. 언어결정론이 괜히 있는게 아니라는게 나의 생각이다.
그렇게 2022년 올해 초중순부터 이직을 준비했고, 여름 즈음에 본격적으로 면접을 봤다.
막상 준비하다보니 나의 부족함은 여전했고, 부족한 부분들을 메꾸고 또 땜질하듯이 막으며 면접을 준비했다.
아! 이 때는 사실 대기업 면접을 많이 보지는 않았다.
나는 파이썬 개발자이기 때문에.
대기업은 대부분 자바를 사용하고 있고, 나는 자바를 못한다.
이직을 목전에 두고.
면접을 보고 합격 소식을 들려주는 회사들이 하나 둘 생겼다.
그치만 마지막까지 조율이 잘 되지 않은 회사들이 있었고, 조금은 낙담했다.
연봉을 낮춰서 계약하자는 회사들도 있었으니..
내가 돈이라도 많이 벌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그러려니 했겠는데.. 난 쥐꼬리였다.
그렇게 또 여러번의 면접을 거친 후에, 합격과 불합격, 처우협상 실패 등 많은 결과들을 맞이하며 지금의 회사에 왔다.
첫번째 회사에서 퇴사 후 약간의 시간이 있었고, 놀고 또 놀았고 쉬었다.
2022년 9월.
나의 두 번째 회사. 현재 내가 몸담고 있는 이곳에 입사했다. 강남에 위치해있다.
내가 너무도 애정하던 서비스를 하는 회사에 입사했다.
면접 때 보여줬던 나의 간절함과 서비스에 대한 애정을 받아주신걸까..?
처음엔 믿기지 않았고, 조금은 꿈 같았다.
면접에 합격한 이유는.. 아무래도 편하게 임한 것 때문이 가장 큰 것 같다.
사실 합격할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해보기나하자 라는 심정으로 입사 원서를 냈고,
그 덕분에 면접때는 너무 편하게 이야기했고, 제일 잘 본 면접 중 하나였다.
그렇게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부푼 마음을 애써 누르며 입사했다.
입사 첫 날, 최신형 맥북과 엄청난 양의 입사 선물 키트 등을 받으며 너무 행복했다.
출퇴근을 모두 택시로 했는데 (회사에서 지원해줬다)
출근길은 더할나위 없이 설렜고,
퇴근길에는 입사 선물과 맥북 등을 가득 안고 땀을 뻘뻘흘리며 그 많은 물건들을 이고지고..
(전사 풀재택 중이라 한번에 옮기고 싶었다.. 강남-일산은 머니까..)
강남에서 일산까지 꽉막힌 도로의 택시 속에 갇혀버린 상황에도 부푼 마음은 어찌할 바가 없었다.
너무나 행복했다.
그리고 지금은 입사 후 약 2개월이 가득 찼다.
위에 말했듯 나는 쉽게 불안감에 휩싸인다. 또 걱정이 많고 생각이 많다.
현재 회사는 이전 회사와는 조금 다른 시스템들이 많다.
나는 Flask를 기반으로 개발했는데, 지금 회사는 Django 를 사용하고 있고,
API 서비스와 웹서비스를 하던 나에게 앱 서비스 또한 익숙치 않다.
나는 AWS 에도 익숙하지 않다.
컨벤션, 개발문화 등을 논의하고, 공유하고, 토론한다.
너무나 좋은 환경에 놓여있는 반면 나는 또 다시 무지함과 부족함의 벽에 부딪혔고, 헤쳐나가기 위해 책을 읽고, 공부를 한다.
사이드 프로젝트도 조금씩이나마 진행하고 있다.
성장하기 위한 환경이 잘 구축되어있는 이 곳에서 조금 더 성장하리라 믿는다. 또 그만큼 노력하겠다.
글을 마치며.
생각나는대로 별다른 필터링 없이 한 줄 한 줄 써내려가며 옛날 생각이 문득 떠오르기도 하고,
너무 좋고, 행복했던 순간, 반면에 정말 싫었던 순간이 떠오르기도 했다.
어쨌든 지나오니 다 추억이고, 지금의 나를 만든 모든 순간들이다.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 나는,
마치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와 같이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매번 애쓰고 있고, 걱정하는 나의 모습을 되뇌이며 이런 나의 모습 자체를 때때로 싫어하기도 한다.
그래도 이런 생각들이 있기 때문에 성장하기 위해 애쓰는게 아닌가 싶기도하고..
부족한만큼 공부해서 채워야지라고 매번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새로운 회사에 입사해서 아직 완벽하게 적응하기에는 다소 짧은 2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조금씩 조금씩 적응해가며, 개발자로서의 나의 미래 모습도 조금씩 꿈꿔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왠지 느낌이 그렇다.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성장하고, 또 배우자. 그러다보면 또 더 나은 내가 되겠지.
3년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훨씬 나은 모습인 것처럼.
끝.